캐서린 맨스필드<가든파티>캐서린 맨스필드의 빛나는 단편들
Introduction to world literatu 2024. 12. 22.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의 단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단편 소설집입니다. 유복한 가정의 소녀부터 외로운 노인, 상처받은 여성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 심리와 미묘한 감정 변화를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진실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가든파티"에 수록된 주요 작품들과 함께,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작품 소개
"내가 쓰는 모든 것은 나의 존재다"라는 말을 남긴 캐서린 맨스필드는 삶과 창작 활동 모두에서 실험적인 면모를 보이며 예술의 변방인으로 살았던 모더니즘 작가입니다. 저돌적이고 거친 개성으로 단편소설이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D. H. 로렌스, 버지니아 울프와 같은 동시대 작가들에게 독특하고 인상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맨스필드는 결핵을 앓는 와중에도 단편소설 작가로서 특유의 연출을 시도한 마지막 작품집 《가든파티》를 출간합니다.
이 책에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소녀가 가든파티 날 이웃의 죽음을 마주하며 겪게 되는 난처함을 조롱 섞인 애매함으로 그려낸 대표작 <가든파티>와, 나락에서 최고봉까지 순식간에 변하는 감정의 기복을 한 편의 노래처럼 현란하게 작곡한 <노래 수업>, 한 외로운 여인의 위태로운 자의식이 잔인하게 짓밟힌 상황을 짧고 예리하게 스케치한 <브릴 양>, 너무도 고된 삶을 살아왔으나 한탄의 눈물 한 방울 흘릴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비운의 노파 이야기 <마 파커의 일생>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집에서 맨스필드는 연상과 상호 언급이라는 방식을 통해 책 안의 여러 이야기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연관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작품 리스트
- <만에서>: 베릴은 얼마 전 아기를 낳은 언니 린다 부부와 어머니, 세 명의 조카와 함께 크레센트 만 부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상에 권태를 느끼던 베릴은 만에서 수영을 하다가 자유분방한 해리 켐버 부인에게 삶을 즐기라는 조언을 듣고 마음이 흔들립니다. 한편 언니인 린다는 어린 딸들과 새로 태어난 아들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합니다. 날이 저물자 막연하게 자신을 새로운 세계로 데려가 줄 남자를 꿈꾸던 베릴은 산책을 제안하는 해리 켐버의 유혹을 받지만 거절합니다.
- <가든파티>: 셰리던 가족이 가든파티를 준비하는 날 아침, 로라는 이웃에 사는 스콧이라는 짐꾼이 오늘 아침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로라는 이웃 사람이 죽었으니 파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파티는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어머니는 로라에게 남은 음식을 스콧의 집에 가져다주라고 하고, 로라는 스콧 부인에게 음식 바구니를 전달하지만, 부인은 어째서 로라가 찾아왔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유족의 안내로 스콧의 시신을 본 로라는 집으로 달려와 오빠의 품에 안겨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만, 끝내 설명하지 못합니다.
- <죽은 대령의 딸들>: 결혼하지 않고 나이 든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온 자매 조세핀과 콘스탄티아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장례식 준비를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아버지의 서랍과 옷장 속에 아버지의 시신이 들어있을 것 같다는 환상에 사로잡히는 등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장례식 후 일주일이 흐르는 동안 서서히 아버지에게 지배받던 삶을 벗어나 자신들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 <비둘기 씨와 비둘기 부인>: 과일 농장을 운영하는 레지널드는 부유한 프록터 대령의 딸 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앤의 집을 방문한 레지는 앤이 기르는 비둘기를 구경하다 앤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앤은 자신과 레지널드의 관계가 암컷을 계속 따라다니며 절만 하는 수컷 비둘기의 모습을 닮았다며 거절합니다. 떠나는 레지널드에게 앤은 그래도 마음은 풀고 떠나라고 부탁합니다.
- <어린 소녀>: 화자는 래딕 부인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동안 함께 온 부인의 열일곱 살 난 딸과 열세 살 난 아들 헤니를 몇 시간 돌보게 됩니다. 화자가 찻집에서 두 사람에게 간식을 대접하는 동안 파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소녀는 이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카지노로 돌아와 어머니가 보이지 않자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며 늘 이렇게 지냈다고 화자에게 털어놓습니다.
- <마 파커의 일생>: 마 파커는 몹시 더러운 어느 신사의 집을 청소하면서 고단했던 삶을 회상합니다. 런던에서 젊은 시절부터 가정부로 일하며 여섯 아이를 홀로 키운 마 파커는 병을 앓다 얼마 전 죽은 막내 손자 레니를 떠올리며 마음껏 울고 싶어 하지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이 울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 <현대식 결혼>: 업무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런던에서 지내는 변호사 윌리엄은 이런 생활을 시작한 후로 아내 이사벨이 변해버렸다는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경박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이사벨의 모습을 본 윌리엄은 다시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아내에게 열정적인 연애편지를 쓰고, 이사벨은 친구들 앞에서 이 편지를 읽습니다. 편지를 비웃고 떠드는 친구들이 천박하다고 생각한 이사벨은 혼자 남아 윌리엄에게 답장을 쓸지 고민하지만 결국 친구들과 함께 수영하러 나갑니다.
- <항해>: 페넬라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헤어져 할머니와 함께 픽턴으로 향하는 배를 탑니다. 선실에서 할머니가 여승무원과 함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잠들었던 페넬라는 다음날 할아버지의 집에 도착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합니다.
- <브릴 양>: 어느 일요일, 모피 목도리를 두르고 광장에서 악단의 연주를 듣던 나이 든 독신 여성 브릴은 광장이 연극 무대 같고 지나치는 사람들과 자신은 배우 같다는 상상을 즐깁니다. 그러나 그녀는 가까이 앉은 어린 남녀가 자신과 모피를 조롱하는 소리를 듣게 되고, 집으로 돌아와 모피 목도리를 서둘러 상자에 집어넣습니다.
- <첫 번째 무도회>: 라일라는 셰리던 집안의 딸들과 함께 처음으로 무도회에 참석합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무도회의 화려함에 흠뻑 빠져 있을 때, 한 중년 남자가 시간이 흐르면 그녀도 나이가 들어 지금처럼 무도회를 즐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자 라일라는 잠시 우울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파트너와 춤을 추기 시작한 라일라는 곧 이 일을 잊어버리고 무도회를 마음껏 즐깁니다.
- <노래 수업>: 음악 교사인 메도스는 약혼자 베이즐에게 파혼 편지를 받은 후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비탄>이라는 곡을 부르게 합니다. 수업 내내 좌절감에 빠져 있던 메도스는 교장의 부름을 받고 베이즐이 보낸 전보를 확인하는데, 파혼 편지를 쓸 때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교실로 돌아온 메도스는 학생들에게 즐거운 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 <낯선 사람>: 해먼드는 아내 제이니가 탄 배가 검역을 받느라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는 동안 초조하게 기다립니다. 마침내 배가 항구에 도착하자 제이니를 만난 해먼드는 빨리 단둘만 있고 싶어 하지만, 제이니의 기분이 어딘가 묘하게 가라앉아 있다고 느낍니다. 마침내 둘만 남게 된 호텔 방에서 제이니는 어젯밤 배에서 젊은 남자가 심장병으로 사망했고 자신이 유일하게 그의 임종을 지켰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해먼드는 이 일 때문에 둘만의 시간이 망쳐졌다고 생각합니다.
- <은행 휴일>: 특별한 줄거리 없이, 어느 덥고 화창한 날 악단과 기념품 장수, 점쟁이 등이 어우러져 활기 넘치는 거리의 풍경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 <이상적인 가족>: 사업가로 성공한 노인 니브에게 가족들은 아들 해럴드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편히 지내라고 권유하지만, 그는 응석받이인 해럴드에게 사업을 맡겼다가는 모든 것을 망쳐버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봄날, 자신이 봄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며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 니브는 아내와 딸들이 자신들의 일에 열중해 있는 모습을 보며 이 '이상적인 가족'에서 자신만이 소외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 <하녀>: 뇌졸중으로 사망한 어느 노부인의 하녀로 오랫동안 일했던 엘렌의 독백이 서술됩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친척들의 손에서 자란 엘렌은 열세 살 때 '마님'의 하녀가 됩니다. 선량한 마님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엘렌은 꽃집 주인인 해리와 결혼하려고 하지만, 자신이 결혼하여 떠나고 나면 마님 혼자 남게 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해리에게 이별을 통보한 후 계속 하녀로 살아갑니다.
작품 속 명문장
- 아이를 낳는 것이 모든 여성의 운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녀도 그것이 틀렸음을 입증할 수 있었다. 더욱더 참기 힘들었던 점은 자신이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사랑하는 척해 봤자 소용없었다. - <만에서>, 《가든파티》, 펭귄클래식코리아
- “인생이, 인생이······.” 그녀가 더듬었다. 그러나 인생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로리는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정말 그렇지?” 로리가 말했다. - <가든파티>, 《가든파티》, 펭귄클래식코리아
- 마님은 쿠션도 없이 그 딱딱한 양탄자 위에 무릎을 꿇어요. 마님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볼 생각만 해도 두려운 마음이 들어요. 마님을 속여 볼까 하고 바닥에 오리 솜털 이불을 깐 적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이불을 깔자 마자 마님은 그런 눈으로, 정말 성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보며 물었어요. “엘렌, 우리 주님께도 솜털 이불이 있었을까?” 지금보다 어렸던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답니다. “아뇨, 하지만 우리 주님은 마님보다 어리고 요통이 어떤지 모르셨을 걸요.” - <하녀>, 《가든파티》, 펭귄클래식코리아
작가 소개
캐서린 맨스필드 (Katherine Mansfield, 1888. 10. 14. ~ 1923. 1. 9.)
1888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태어났습니다. 1903년 처음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당대 최고의 여학교 퀸스 칼리지에서 음악, 문학, 데카당파, 우정에 심취한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후 고국인 뉴질랜드 웰링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1908년 이후로는 유럽에서만 거주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원고를 제외하면, 잡지 <뉴에이지>에 처음으로 글을 발표한 이래 정기적으로 이 잡지에 기고했으며, 1911년에는 처녀작 《독일 하숙에서》를 출간했습니다. 1912년부터는 훗날 자신의 남편이 된 존 미들턴 머리가 편집자로 있던 잡지 <리듬>에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습니다.
1916년 <전주곡>에서는 단편소설 작가로서의 독특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나, 1917년 결핵에 걸린 뒤 여러 휴양지를 전전하며 치료에 집중했습니다. 1921년 두 번째 소설집 《행복》을 발표하고 1년 후에는 세 번째 소설집이자 생애 마지막 책인 《가든파티》를 출간했습니다. 1923년 프랑스 퐁텐블로에서 사망했으며, 사후에 소설집 두 권과 《서간집》, 《일기》가 발간되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캐서린 맨스필드에 대해 "그녀는 내가 찬미하고 필요로 하는 특성을 갖추었다. 내가 추구하던 예리함과 현실성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가든파티"는 캐서린 맨스필드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담긴 인간의 고독, 불안, 슬픔, 그리고 삶의 아이러니는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삶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맨스필드의 시선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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