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 사중주: 저스틴, 발타자르, 마운트올리브, 클레어<작품·줄거리·작가·등장인물>소개, 작품 속 명문장
Introduction to world literatu 2024. 12. 31.우리는 종종 하나의 사건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듣게 됩니다. 같은 경험이라도 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달되곤 하죠. 로렌스 더럴의 《알렉산드리아 사중주》는 바로 이러한 인간 경험의 다면성을 탐구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를 배경으로, 네 권의 소설은 동일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각기 다른 인물의 시각을 통해 보여줍니다. 사랑, 욕망, 배신, 정치적 음모가 뒤얽힌 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마치 거울의 방처럼, 하나의 사건은 여러 개의 반사된 이미지로 나타나며, 독자는 그 조각들을 맞춰나가며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해야 합니다. 《알렉산드리아 사중주》는 단순한 연작 소설을 넘어, 시간과 기억, 그리고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문학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매혹적인 작품의 세계를 함께 탐험해 보겠습니다.
작품 소개
《알렉산드리아 사중주》는 로렌스 더럴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집트에 체류하면서 쓰기 시작한 4부작 연작소설로, 차례로 발표된 《저스틴》(1957년), 《발타자르》(1958년), 《마운트올리브》(1958년), 《클레어》(1960년)가 1962년 ‘알렉산드리아 사중주’라는 하나의 제목 아래 묶이면서 작가 서문과 함께 출간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배경으로, 다양한 직업(작가, 시인, 의사, 화가, 댄서, 외교관, 혁명가 등)과 국적(영국인, 프랑스인, 유대인, 이집트 콥트교도 등)의 사람들의 성적·정치적 관계를 네 편의 연작을 통해 여러 사람의 관점으로 조명하는 신선한 소설 기법과 함께 시적인 문체를 선보인다.
더럴이 ‘현대의 사랑에의 탐구’라고 부른 이 4부작 연작소설은 상대성과 연속체 및 주체-객체 관계의 개념을 탐구하는 일종의 실험소설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인의 관점은 변화하며, 일련의 동일한 사건들이 변화하는 여러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이를테면 《저스틴》에서 사실로 믿어졌던 하나의 현실, 즉 ‘저스틴은 달리를 사랑했다’는 명제는 《발타자르》에서 완전히 새로운 현실, 즉 ‘저스틴은 달리를 이용했다’, ‘저스틴은 퍼스워든을 사랑했다’로 변화한다.
또한 이야기가 《마운트올리브》, 《클레어》로 진행되면서 그 현실의 또 다른 면들이 드러나게 된다. 이런 효과를 위해 화자의 서술에 다른 등장인물들의 독백, 대화, 연설, 편지, 일기, 회고록, 주석, 심지어 소설 등이 침투해 들어와 새로운 현실과 이미지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기법을 사용한다. 《알렉산드리아 사중주》는 이처럼 독특하고 현대적인 기법을 통해 ‘예술(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품 리스트
1부 《저스틴》
지중해의 한 섬에서 아이와 함께 외롭게 살고 있는 화자 달리(이 이름은 2부 《발타자르》에서 밝혀진다)는 저스틴과 나누었던 금지된 사랑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인물과 상황 들을 반추하며 글을 쓴다. 저스틴은 아름답고 부유하며 신비로운 유대인 여성으로 콥트교도인 네심 호스나니와 결혼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거의 모두 저스틴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저스틴은 이를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만족시키고 있다.
저스틴은 화자의 친구이기도 한 남편 네심 호스나니 몰래 화자와 밀회를 가지는 동시에 또 다른 인물과도 관계를 맺는다. 화자 또한 전직 댄서인 멜리사와 동거를 하면서 동시에 저스틴에 집착한다. 그렇게 얽히고설킨 그들의 관계는 알 수 없는 집착과 열정에 지배되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2부 《발타자르》
《발타자르》의 초고 제목은 《저스틴 2》였다. 화자인 ‘달리’ 못지않게 비중 있는 서술자로서의 역할을 맡은 ‘발타자르’가 《저스틴》에서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 달리와 논쟁을 벌이는 것이 《발타자르》의 주된 내용이다. 발타자르는 달리가 저스틴과의 사랑을 회고하면서 쓴 글의 행간에 좀 더 철학적인 관점으로 저스틴과의 관계를 분석하여 주석을 달아준다. 이를 읽으면서 달리는 본인이 알고 있던, 안다고 믿었던 모든 사건의 시간과 공간과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느끼며 혼란에 빠져든다.
3부 《마운트올리브》
《마운트올리브》는 4편의 작품 중 유일하게 3인칭으로 서술되며, 시리즈 중 가장 정치적인 성향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 호스나니 집안의 영지를 방문한 젊은 외교관 데이비드 마운트올리브는 ‘검은 제비’ 레일라 호스나니와 사랑에 빠진다. 레일라는 알렉산드리아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는 아름다운 여성이고, 네심과 나로우즈라는 두 아들을 둔 유부녀였다.
마운트올리브는 한때 이집트의 신비 그 자체였으며, 그를 사랑하고 가르치고 이끌었던 신비로운 여인 레일라와의 사랑이 끝나며 환멸을 맛보게 된다.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전체의 현재 시점은 세월이 흐른 이후 마운트올리브가 이집트의 대사로 부임한 시기이다. 《마운트올리브》는 《저스틴》과 《발타자르》 이전의 상황 및 맥락을 설명하고 있다.
4부 《클레어》
《클레어》에서는 앞선 세 작품에서 던져진 수많은 의문점들이 해결되고, 밝혀지지 않은 여러 관계망이 해석된다. 재능 있는 화가 클레어 몬티스와의 운명적 사랑을 통해 성숙해진 화자 달리가 《저스틴》과 《발타자르》, 그리고 《마운트올리브》에서 일어난 일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서술하고 그 후일담을 전하며 그간 4부작 연작소설 속에서 탐구해 온 ‘현대의 사랑’, 그리고 ‘예술(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마무리한다.
작품 속 명문장
나는 예전부터 이 도시의 이상한, 알 수 없는 힘을 느껴왔다. 평평하게 충적토로 뒤덮인 정경과 바람 한 점 없는 대기. 그리고 그녀가 알렉산드리아의 진정한 딸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스인이나, 시리아인, 이집트인이 아니라 그 모두가 합쳐진 알렉산드리아인.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저스틴》, 펭귄클래식코리아
그녀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것 중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과연 저스틴이 나의 딱딱한 이야기나 사랑을 나눌 때의 미숙함을 원할까? 알렉산드리아의 남자란 남자는 모두 자기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는 그녀가?
“난 미끼였구나!”
내게 큰 상처가 되는 사실을 깨닫고 속으로 삭인다. 그렇지만 그건 모두 가차 없는 사실이다.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발타자르》, 펭귄클래식코리아
그렇다.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이 떨리는 손으로 네 개의 글자(네 개의 문서, 네 명의 얼굴)를 쓰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건 이 세상이 시작된 이후로 모든 소설가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자신이 세운 빈약한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그 글자들은 단순히 이제 곧 성인이 될 예술가의 옛날이야기를 암시한다. 나는 썼다. 〈옛날 옛적…….〉 그러자 전 세계가 나를 팔꿈치로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클레어》, 펭귄클래식코리아
작가 소개
로렌스 더럴(Lawrence Durrell, 1912. 2. 27.~1990. 11. 7.)
1912년 인도 잘란다르에서 태어났다. 다르질링의 예수회 대학에 다녔고, 영국 캔터베리에 있는 세인트 에드몬드 스쿨을 졸업한 뒤 통신원으로 세계 각지에서 일했다. 1938년 파리에서 헨리 밀러와 아나이스 닌의 후원 아래 발표한 《검은 책》으로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더럴은 후에 “이 작품을 쓰면서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으며, 1930년대 모더니즘의 대표 문인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T. S. 엘리엇의 찬사를 받았다. 엘리엇은 1943년에 더럴의 첫 번째 시집인 《혼자만의 나라》를 출간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1945년 그리스 코르푸 섬을 배경으로 한 《프로스페로의 작은 방》을 출간한 후, 로도스 섬을 배경으로 한 《바다의 비너스에 관한 고찰》을 이어 발표했다. 1957년에는 키프로스 섬을 배경으로 한 《비터 레몬스》로 더프 쿠퍼 기념상을 받았다. 그리스 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그 세 작품을 일컬어 ‘그리스 섬 3부작’이라고도 한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이집트에 체류하면서 쓰기 시작한 대작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저스틴, 발타자르, 마운트올리브, 클레어》를 1957년 프랑스 남부에서 완성했다.
이 작품과 《아비뇽 오중주: 무슈, 리비아, 콩스탄스, 세바스티앙, 캥스》를 쓰는 사이에 이중소설 《퉁크》와 《눈쾀》을 썼는데, 후에 《아프로디테의 반란》이라는 제목 아래 하나로 묶었다. 희곡, 비평서, 번역문, 여행기, 시 선집, 외교단 시절의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저술 활동을 했으나 전시의 알렉산드리아를 가장 심미적이며 찬란하게 보여주는 《알렉산드리아 사중주》를 더럴의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는다. 1990년 프랑스 소미에르의 자택에서 숨을 거두기 며칠 전, 최근의 시작들과 프로방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쓴 《시저의 광막한 환영》이 출간되었다.
《알렉산드리아 사중주》는 시간과 기억, 관점의 상대성을 탐구하는 독창적인 작품입니다. 로렌스 더럴은 네 권의 소설을 통해 하나의 사건을 여러 시점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진실의 다면성과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알렉산드리아라는 이국적인 배경과 더불어 펼쳐지는 매혹적인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과 끊임없는 사유 거리를 제공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더럴의 독특한 답변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보는 것은 이 작품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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